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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방송 중인 드라마

멜로가 체질, 이 배우들을 데리고 차라리 저예산 영화를 만들었다면...

멜로가 체질, 이 배우들을 데리고 차라리 저예산 영화를 만들었다면...






멜로가 체질이 드디어 첫방송을 탔습니다. 영화 곡성, 우상 등에서 밀도 있는 캐릭터를 잘 소화한 연기 잘하는 배우 천우희가 주인공인 드라마라 방송전 부터 화제를 모았는데요. 글쎄요. 첫 회를 본 소감은 뭐랄까요. 조금은 낯설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마도 영화 감독 출신이 드라마를 찍다보니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연출적인 요소가 꽤나 이질적으로 보였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천우희





아시다시피 ‘멜로가 체질’은 극한 직업으로 천만 관객을 모은 이병헌 감독의 첫 드라마 입봉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병헌 감독이 연출 뿐만 아니라 대본까지도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이병헌 감독은 멜로가 체질 이전에, 도경수를 주연으로 내세운 ‘긍정이 체질’이란 웹드라마를 연출한 이력이 있습니다. 영화감독도 참 대단한데, 웹드라마에 이어 이번 미니시리즈까지. 경력만 보자면 참 다재다능한 감독인 거 같아요. 


어쨌거나 다시 앞에 이야기를 이어가자면요. 웹드라마 ’긍정이 체질’을 재미있게 본 1인으로써, 이번 멜로가 체질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했는데요. 저는 드라마로 제작되기엔 소재가 너무 밋밋하지 않았나 싶어요. 스토리도 너무 단순하구요. 멜로가 체질은 신인 드라마 작가인 진주(천우희 분)를 필두로 그녀의 서른살 동갑내기 친구 은정(다큐멘터리 감독), 한주(드라마 마케팅 팀장)의 일상을 다루는 이야기 입니다. 때론 웃기기도 하고, 때론 코끝 찡한 30대에 접어든 여성들의 일과 사랑을 다루는 드라마인데요. 복수나 출생의 비밀 등 소위 막장 드라마의 독한 스토리 라인에 길들여 져 있는 드라마 시청자들에겐 어찌보면 산뜻하고 청정한 이야기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제 개인적 소견으론 조금 밋밋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먹방





이런 생활밀착형 드라마일 수록 대사가 중요한데, 아시다시피 이병헌 감독님이 만드셨던 영화들 대사를 살펴보면, 찰진 욕설로 화제를 모아왔잖아요. 하지만 드라마는 영화와 달라서 방송용 대사에 찰진 욕설을 넣었다간 바로 심의에 걸리기 때문에 어찌보면 더 까다로운 검열을 해야 한답니다. 물론 멜로가 체질에서는 나름 감성돋는 대사들이 나오긴 하지만, 뭐랄까, 찰진 욕설이 사라진 대사들은 앙꼬없는 진빵처럼 매력 있게 팍팍 다가오지 못한 느낌이었어요. 







더불어 이 드라마의 영화적인 연출 방식도 살짝 아쉬움이 남는데요. 물론 이 드라마가 인물들의 대사와 일상적인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방식일수도 있지만, 너무 독립영화적인 컷들이 많아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단적인 예로 2회에서 은정이(전여빈 분) 죽은 남자친구와 거실에서 대화를 하는 장면의 경우, 컷을 나누지 않고 원테이크로 천천히 줌인 하면서 보여주는 방식을 취했는데, 사실 이건 너무나 영화적인 연출방식이지요. 보는 사람에 따라 지루하다고 느끼고 딱 채널 돌아가기 쉬운 장면이 아니었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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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신인들로 가득한 신선한 시도에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대사나 연출 방식은 드라마와 영화의 그 어딘가 애매한, 뭔가 어정쩡한 구석이 있어 아쉬움이 남는 첫방이었던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차라리 영화로 만들면 더 낫지 않았을까하는 이야기였어요. 이병헌 감독 역시도 처음엔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까 하다가, 이야기가 넘쳐 드라마로 방향을 바꿨다고 하는데, 이 배우진들을 데리고 영화로 만들었다면 제작비도 크게 안들고 찰진 대사도 더 살리고 오히려 더 플러스였을 것 같네요. 드라마론 조금 무리한 소재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