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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방송 중인 드라마

오마이베이비, 서른 아홉 장하리는 왜 그렇게 아이를 가지고 싶을까?

오마이베이비, 서른 아홉 장하리는 왜 그렇게 아이를 가지고 싶을까?







장나라





육아 전문지 기자란다. 나이는 서른 아홉. 자칭 ‘육아의 달인’이지만 10년간 연애경험 없다.

일하느라 바빠서 그런 건지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일하다 보니 혼기를 놓쳤고, 그 나이에 결혼을 하자니 남자는 없고, 

아이는 가져야 하겠고, 그래서 생각해 낸 방식이 결혼 패스~!임신부터 하고자 결심한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울까? 정자은행도 기웃거려 보다가 실패하고, 결국엔 그녀의 주변 남자 3인 방을 탐색하며 본격적으로 정자를 찾아 나서려 한다. 


여기까지가 오마이베이비의 주인공 장하리 캐릭터다. 아직 본격적인 로맨스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이후의 스토리는 아마도 그녀 주변의 세 남자와의 썸이 시작되면서 서른 아홉 장하리의 연애담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 된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고 있자니, 계속 이런 생각이 든다. 그녀는 왜 그토록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것인지… 정말 나이 때문에 무턱대고 애 부터 낳고자 한다면, 아이의 인생은? 아버지의 부재를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서른 아홉의 장하리는 자신만의 뚜렷한 철학이 있긴 한건가? 본인 외로워서 아버지 없는 애를 낳고자 한다면, 그거야 말로 자식에겐 이기적인 건 아닌가? 




김삼순




이 드라마의 기본 세팅에 대해선 태클을 걸고 싶지 않다.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나,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는 나름 현실적이고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생활밀착형 로맨스로서 안정적인 구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처럼 만혼이 만연한 시대에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의 여자에게 ‘출산’이란 문제는 분명 두려움이자 공포이며, 이것을 본격적으로 다루겠다는 제작진의 의지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장나라가 연기하는 ‘서른 아홉 장하리’ 라는 캐릭터에 대한 매력 부족은 마음에 걸린다. 


소위 미디어에서 노처녀, 늙은 여자를 다룰 때 공통적인 시선이 있다. 그건 바로 ‘퇴물’, ‘사회적 루저’라는 낙인들이다. 

드라마 초반, 하리도 이런 시선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단 주변 회사 인물들이 너무한다 싶을 만큼 그녀에게 대놓고 늙은 여자라고 면박을 준다. 현실감과 공감을 자아내기 위해서 필요한 장치긴 하지만 이런 부정적 시선들을 처리하는 하리의 태도는 사실 조금 아쉽다. 


하리는 자신을 퇴물 취급 하는 시선들 앞에 당차지도 못하고 오히려 소극적이며, 스스로를 어느 정도 루저(?)로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하리는 미디어에서 노처녀를 대하는 부정적 낙인에 시작부터 지고 들어간다.


엘리베이터에서 자신을 늙은 퇴물취급하는 후배의 멱살을 잡고 한방 날리긴 하지만, 사람들 없는 장소일 때만 소극적으로 까불면 죽는다고 주먹 다짐을 할 뿐이다. 왜 사람들 많은 곳에선 당당하게 그렇게 외치지 못한 걸까? 그것도 결혼을 패스하고 아이부터 임신 하겠다는 이런 파격적인 생각을 하는 여자가 말이다.  


정자은행에 기웃거린 사실도 무슨 죄인인 마냥 선글라스를 쓰고 주변 시선을 피하고 다닌다. 도대체 왜? 미혼여성이 정자 은행에서 정자를 받아 임신을 하고 싶다는 것이 스스로를 범죄 자취급하면서 지탄 받아야 할 만큼 큰 죄인가? 거기서도 당당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결혼 말고 임신’이라고 외칠 수 있단 말인지. 적어도 남들은 그렇게 생각할지라도 본인은 당당하게 사람들에게 외칠 수 있는 건 아닌가? “결혼 못한 여자는 임신하면 안되느냐고!”




남주들




이쯤되면 ‘노처녀’들의 우상이자 레전드라고 할 수 있는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가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드라마 자체가 공전의 히트를 하기도 했지만, 노처녀 김삼순이 특별하게 빛났던 이유는 누가 뭐라해도 쭈굴쭈굴 해지지 않는 그녀의 높은 자존감이었다. 


고졸출신에(물론 외국에서 요리학교를 졸업했지만), 뚱뚱하고, 집안도 별 볼일 없으며, '김삼순'이라는 촌스런 이름을 가진 자신에게 누가 뚱뚱하다고 놀리면 “내가 뚱뚱한데 뭐 보태준거 있니?” 라고 팩폭을 날리기도 했고,  부자 연하남을 향한 저돌적인 사랑 고백도 마다하지 않던 삼순이 아니던가.


서른 아홉 하리에게도 삼순이처럼 높은 자존감이 있다면,  이 드라마가 같은 처지에 놓인 여성 시청자들에게 더 높은 지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아직 드라마가 4회 밖에 방송 되지 않아 이후의 전개를 예단할 순 없지만,  명의 남자들과의 로맨스만이라도 지금보단 좀 더 자존감 있는 서른 아홉 장하리의 모습으로 나와 주길. 늙은건 죄가 아니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