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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방송 중인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 속 넘쳐나는 패러디 장면…. 과연 독일까? 약일까?



‘편의점 샛별이’ 속 넘쳐나는 패러디 장면…. 과연 독일까? 약일까?

 

개인적 생각을 말하자면,

“감독은 오마주라고 하지만, 원작에 대한 존중이나 존경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로지 코믹한 장면을 위한 눈 요깃거리로만 해당 원작들을 이용하고 있을 뿐…. "



 

편의점사진
지창욱 & 김유정

 



시작이 너무 요란한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다행히 시간이 흐를수록 [열혈사제]를 만든 베테랑 PD답게 논란을 잠재우고 본인의 장기인 코믹 로맨스(?)를 안정감있게 끌고 가고 있는 듯 하다. 무슨 얘기냐고? 바로 SBS 금토드라마 [편의점 샛별이]에 대한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초반 [편의점 샛별이]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나뉘었다. “재밌다”, “유쾌하다”는 평도 있었지만, 여고생을 성적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 편의점 점주와 알바생이란 갑과 을의 권력 관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로맨스 설정이 불편하며 왜곡의 소지가 있다는 등의 우려 섞인 반응도 만만치 않았다.

성인 만화를 원작으로 하기 때문에 따라 올 수 밖에 없는 성적인 코드에 대한 우려를 이명우 PD가 ‘15세 이상 시청 가’에 맞는 유쾌한 가족극으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막상 1회에서 여고생인 샛별이 역의 김유정이 교복을 입은 채로 지창욱에게 입맞춤을 한다거나, 오피스텔에서의 성매매 장면, 지창욱의 친구로 나오는 음문석이 야한 성인만화를 그리는 장면들이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채 그대로 희화화 되었다는 점은 커다란 문제로 지적되었다.

정확하게 확인할 순 없지만, 1회에서의 위 장면 만으로도 방통위에 6천건의 민원 폭탄이 들어왔다고 하니, 논란을 이슈로 만들어 흥행에 성공하려던 제작진의 의도가 초반부터 심상치 않게 틀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창욱 사진
편의점 샛별이 김유정

 

딴따라
편의점 샛별이 김유정

 


다행히, 2회부터는 성적으로 논란이 되는 장면이나 욕설 장면들을 대부분 편집하고, 일진 출신(?) 샛별이 김유정에 대한 오해를 하나씩 풀어가는 편의점 점장 지창욱의 모습 등 두 사람의 로맨스에 역점을 두면서 점차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다.

 

룰루랄라
김유정
신나는 사진
지창욱

 



무엇보다 주인공인 지창욱과 김유정의 케미가 보기 좋고, 두 사람 주변으로 정감가는 인물들과 코믹한 장면들이 적재적소에 포진되어 있어 지루할 틈 없이 시청자들을 즐겁게 한다.

하지만, 드라마를 계속 보고 있자니, 한가지 아쉬운게 있다. 바로 조금은 과한(?) 패러디 장면들이다. 사실, 패러디에 대한 논란은 1회 부터 있긴 했었다. 1회에서 지창욱 친구로 나오는 음문석이 19금 웹툰을 그리는 장면 중, 웹툰 그림과 음문석의 모습이 일부 겹쳐지면서 그 주변 허공을 빙글빙글 카메라가 도는 듯한 독특한 연출을 두고, 일부 시청자들이 일본 영화 ‘바쿠만’ (오오네 히토시 감독)을 표절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던 부분이다.

논란이 커지자 이명우 피디는 “시청자들이 지적한 장면은 표절이 아니라 패러디와 오마주”라고 설명하며,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의 오마주와 패러디가 있을 것이니 재미있게 봐달라고 밝히기도 했다.


 

택시
편의점 샛별이 일부 장면

 

기생충
편의점 샛별이 일부장면

 


실제로 현재까지 편의점 샛별이에는 우리가 알법한 다양한 작품의 유명한 장면들이 상당히 부분 많이 오마주 또는 패러디 되었다. 1회에서 샛별이가 불량학생들과 한판 뜨는 모습은 영화 품행제로나 써니의 한 장면 같았고, 3회 도입부에서 김유정과 지창욱이 편의점에서 벌이는 댄스배틀은 우마서먼과 존트라볼타가 출연한 영화 펄프 픽션의 유명한 장면을 차용했다.

4회에서는 지난해 많은 사랑을 받은 ‘열혈사제’ 속 앙숙 콤비 ‘장룡’ 음문석과 ‘쏭삭’ 안창환의 재회가 그려졌는데, 두 사람이 편의점에서 우연히 마주치자 저도 모르게 쏭삭에게 ‘간장공장 공장장’을 시키는 장룡과 몸이 기억하는 무에타이 동작을 선보이는 쏭삭, 겁을 먹은 장룡이 직각으로 쓰러지는 모습 등 열혈사제의 한 장면을 패러디해 웃음을 자아냈다.

급기야, 지난 17일 방송된 9회에서는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을 상당 부분 패러디했는데, 지창욱을 자신의 딸 연주의 남자친구로 탐탁치 않아 하는 연주의 엄마가 지창욱의 아빠 이병준을 자신의 집 운전기사로 채용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대사까지 영화 기생충의 장면을 차용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견미리
편의점 샛별이 일부장면
택시운전사
편의점 샛별이 일부장면

 


하지만 뭐든 과하면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지 않는가. 좋게 본다면, 이런 유명한 영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패러디해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 아이디어로썬 신선하고, 코믹할 순 있겠지만, 너무 자주 남발하는 것이 누군가에겐 썩 반갑지는 않을 것이다. 패러디라는 것도 해당 작품을 재미있게 본 사람들이야, 저 장면이 특정 영화의 한 장면을 따라했구나, 반갑게 웃으면서 보는 것이지 보지 않은 사람은 도무지 알 길이 없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로 보이는 것은 작품의 적절한 이야기 전개 속에서 자연스럽게 패러디를 녹여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9회 방송분에서 기생충의 패러디는 이야기의 맥락 속에서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펼쳐졌지만 이완 달리 3회에서 뜬금없이 편의점에서 우마서먼과 존트라볼타로 분한 김유정과 지창욱이 댄스배틀을 벌이는 장면이나, 편의점에서 우연히 만난 음문석와 안창환이 간장공장 공장장을 해보라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펄프픽션이나 열혈사제를 보지 않은 시청자라면 전혀 웃음의 포인트를 알 수 없는 황당한 장면으로 인식될 것이다.

더불어 이 드라마에 굳이 위에 열거한 영화들의 한 장면을 굳이 패러디 한 이유도 명확해 보이지 않는다. 패러디 되는 작품들이 원작과는 전혀 아무런 연관성도 없어 보이는데다가 감독이 오마주라며 얘긴 하고 있지만 오마주 하려는 작품에 대한 감독 개인의 존중이나 존경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로지 웃긴 장면의 눈 요깃거리로만 해당 영화들을 멋대로 이용하고 있을 뿐.

개인적으로 원작 만화를 보진 않았지만,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가 가지고 있는 서사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단순하고 뻔해 보일 수 있는 이야기 전개이긴 하지만, 편의점을 주 무대로 남여 주인공들의 감정선도 명확하고 사건도 나름 아기자기하게 잘 포진되어 전개 된다.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이 있는 드라마에 과한 패러디 장면들은 이제 살짝 부담스러워 지려고 한다.

좀 적당히 해 줬으면… 반환점을 돈 편의점 샛별이 제작진에게 전하고 싶은 마지막 당부다.